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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달장애인 당사자와 부모님의 세상을 엿보다'아임파인'
발달장애인 당사자와 부모님의 세상을 엿보다 ’아임파인’
반포종합사회복지관에서는 지역사회와 함께 하는 ‘발달장애인의 보통의 삶’을 위해 다양한 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그 중 부모자조모임 ‘우리맘모아’ 1반에서는 자녀의 생애포트폴리오를 제작하고 있는데요, 이와 관련하여 발달장애인 김상현씨가 초등학생 때부터 써온 일기들을 통해 상현씨의 시각에서 바라보는 세상을, 그리고 어머님의 입장에서 바라보는 세상을 잠시 들여다볼 수 있는 책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1. 안녕하세요 작가님, 먼저 간단히 작가님 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웃음) 이번에 책을 발간하게 되면서 저를 소개해야 하는 자리가 많아졌어요.(웃음) 요즘은 저를 소개할 때 이렇게 얘기하는 것 같아요. “‘아임파인’의 엄마 이진희입니다.”라고요. 책표지를 보시면 아시다시피 작가가 두 명이거든요. 일기를 쓴 아들 김상현, 그리고 저, 엄마 이진희요. 그리고 지금 인터뷰 해주고 계시는 반포종합사회복지관에서는 발달장애 자녀를 둔 부모모임 ‘우리맘모아’의 회장을 맡고 있어요.
2. 책 제목이‘아임파인’인데요, 제목이 내포하고 있는 의미가 궁금합니다.
몇 년 전의 일인데, 아파트 앞에서 줄넘기를 하러 나갔어요. 그때 제가 아이 핸드폰을 보니까 상태메시지가 비어 있는 거예요. 그래서 “너도 여기에 뭐 하나 쓰자” 했더니 아이가 이해를 잘 못 하길래 제 상태메시지를 보여줬거든요. 그걸 보더니 “I'm fine.” 이라는 거예요. 근데 그 순간 그 말이 제 가슴에 확 박혔어요. 얘가 “I'm happy.”라고 했으면 아 그렇구나 하고 넘어갔을 것 같은데, 그것도 아닌 굉장히 어중간한 말을 해서… 그걸 소화하는 데까지 3~4일 정도 걸렸던 것 같아요. 그 후에 “그래!”하고 상태메시지를 바꿨죠. 아이가 “괜찮아, 나 살만해.”라고 얘기하는 것 같았어요. 그 얘기를 듣고, 저도 그 얘기를 소화하면서 “그래, fine이면 되지. 딱 괜찮은 만큼만 살자.”라고 생각했어요. 지금도 그렇고요.(웃음)
3. 아임파인 책을 쓰시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크게 세 가지의 이유가 있는 것 같아요. 첫 번째는 상현이가 어렸을 때부터 꾸준히 일기를 써왔는데, 그걸 그냥 두기가 너무 아까웠어요. 상현이가 초등학생 때부터 쓴 일기장이 몇 십권이 되거든요.
두 번째로는 이제 막 발달장애 자녀를 키우는 후배엄마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 싶었어요. 제가 아이를 처음 키웠을 때에는 발달장애자녀에 대한 양육 정보도 없고,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경로도 몰랐거든요. 그래서 제가 이런저런 시행착오를 겪어가며 아이를 가르쳤던 노하우를 공유해주고 싶었어요. 지금 막 자녀를 키우기 시작한 후배 엄마들에게 아주 작은 도움이나마 되면 좋겠다는 생각으로요.
세 번째는 그동안 발달장애와 관련이 없으셨던 분들에게 저의 얘기를 들려주고 싶었어요. 막상 살아보니 저도 그렇고 아이도 그렇고, 삶이 마냥 우울하지는 않더라고요. 살아가는 과정에서 소소한 행복들을 경험하고 있고요. 그래서 상현이가, 그리고 제가 살아가는 삶을 소개하고 싶었어요.
4. 지역사회 안에서 상현씨와 함께 살아가는 삶을 그려주셨는데, 발달장애인자녀를 양육하시면서 지역사회가 함께 해주었거나, 해주었으면 했던 것 중 생각나는 게 있으시다면 무엇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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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제가 드리고 싶은 말은, ‘김상현’이라는 사람 자체를 봐주셨으면 좋겠어요. 저는 아이를 키우면서 항상 하던 생각이 있는데요, 장애가 아이의 모든 것을 정의하는 것이 아니더라고요. 사실 장애인, 비장애인을 떠나서 모든 사람들이 서로 다르잖아요. 다른 것은 당연한 건데, 그 다름 중에 하나인 ‘장애’라는 범주로 묶여서 그 부분이 너무 크게 보이는 경우들이 있어요. 그러다보니 아이가 혼자 할 수 있는 것들, 잘할 수 있는 것들인데 무조건적으로 배려 받는 일도 있었고요.
물론 장애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필요한 도움들이 있을 수 있지만, 필요한 모든 도움이 장애로 귀결되는 것은 아니거든요. 모든 사람의 잘하는 부분과 못하는 부분이 똑같지 않고, 또 오히려 잘 못하는 것을 시도하는 과정에서 성장하기도 해요. 그래서 결론은, ‘김상현’이라는 사람 자체를 봐주셨으면 좋겠어요. ‘상현씨는 이런 부분을 잘 하는구나.’, ‘상현씨는 이런 부분을 어려워 하는구나,’ 이렇게요. 그리고 그렇게 봐주셨던 분들이 아직도 기억에 많이 남아요.
6. 끝으로, 2000년의 어머님께 건네는 말씀들이 단단하면서도 너무 따뜻했어요. 20년 전의 스스로에게 해주고 싶으셨던 조언이지만, 현재를 살아가고 있는 후배엄마들에게도 따뜻한 위로와 조언이 될 것 같은데, 후배 어머님들에게 꼭 전해주고 싶은 조언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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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까 얘기했던 것 중에 “장애가 아이의 모든 것을 정의하는 것은 아니다.”라는 말 있잖아요. 이 부분이 어머님들에게 꼭 해주시고 싶은 얘기였어요. 그리고 추가로 덧붙이자면, “아이의 장애가 내 인생의 모든 것은 아니다.”는 말도요.(웃음)
저도 장애이해교육을 거의 받지 못하고 자란 세대라 처음에 장애가 뭔지, 발달장애가 뭔지 전혀 모르는 상황에서 아이를 키우려니 아이의 장애가 제 삶의 모든 것인 양 다가왔었거든요. 그런데 아이를 키워가다보니 또 그렇지만은 않더라고요. 2-30년간 부모님의 사랑도 많이 받고 자랐고, 내 삶은 정말 아낌을 받는 삶이었고, 앞으로도 많이 아껴줄 수 있는 삶인데, 아이의 장애로 인한 무게감으로 소중한 삶 전체를 힘들게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아이를 키우는 과정에서 엄마 자신이 흔들리면 많은 것들이 흔들리니까 자신을 아주 많이많이 사랑하고 아껴줄 것, 엄마가 스스로 즐거워하는 것을 찾을 것. 이런 얘기들을 해주고 싶어요.(웃음)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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